게임 플랫폼 전쟁 (콘솔 몰락, 모바일 성장, PC 확장)
비디오 게임이 탄생한 이후 게임 시장은 끊임없는 전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게임기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패배한 진영은 사라졌으며 승리한 진영만이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대만큼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을까요? 치솟는 물가에 게이머들의 지갑 사정은 한계까지 몰리고 있으며, 게임 시장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기존 경쟁구도마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새롭게 바뀐 전쟁의 판 속에서 누가 몰락했고 누가 조용히 힘을 키웠으며, 이 변화의 끝에서 진짜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그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5의 콘솔 몰락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진영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진영입니다. X박스 시리즈 X를 처음 공개했을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신형 X박스 시리즈 X는 경쟁 기기였던 플레이스테이션5 대비 더 높은 성능을 강조했고, 출시 두 달 전에는 베데스다와 이드 소프트웨어의 모회사인 제니맥스를 약 8조원에 인수하면서 엘더스크롤, 폴아웃, 둠 같은 초대형 IP 게임들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왔습니다. 여기에 2년 후에는 게임업계의 공룡 기업 중 하나인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인수하면서 강력한 선전 포고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 선전 포고는 그냥 공갈로 끝이 났습니다. 우선 신형 플레이스테이션과 X박스 성능의 차이가 기대한 것보다 크지 않았고, 제니맥스 인수 이후 출시된 스타필드, 레드폴 같은 독점작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으면서 전쟁의 판도를 크게 바꾸지 못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경우에는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콜 오브 듀티 하나뿐이었는데, 이마저도 X박스 독점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신작들 역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결정적인 반전 카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플레이스테이션5가 현재까지 8천만대 이상 판매되는 동안 X박스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절반도 안 되는 약 3천만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전 세대보다 덜 팔렸다는 게 기정 사실이며, 판매량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본진인 북미에서도 기대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해서입니다. 그 여파로 아시아, 특히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X박스의 일부 독점 게임들이 한글화가 되지 않으면서 한국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한편 플레이스테이션5 진영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리터널,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호라이즌, 갓 오브 워, 마블 스파이더맨 2, 아스트로봇, 고스트 오브 요타이 같은 다양한 독점 게임들을 출시했고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면서 X박스 진영을 일방적으로 두 배 이상의 격차로 제치며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플레이스테이션3에서 겪었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중심이 되어야 할 퍼스트 파티 게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3와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핵심 개발사로 이름을 날렸던 너티독의 경우 게임에 PC 요소를 강하게 반영한 데다 게이머들에게 교조적인 자세까지 취해 한순간에 명 개발사에서 비난의 대상으로 변했고, 소니가 야심차게 투자했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콘코드는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부었지만 낮은 게임 퀄리티와 PC 문제 때문에 출시 2주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역대급 흑역사를 썼습니다.
더 큰 문제는 출시되는 독점 게임의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4 때는 매년 세 개 정도의 독점 게임이 나왔다면 플레이스테이션5는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해서 힘차게 나왔던 출시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독점 게임의 발매 페이스가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기존에 있던 독점 게임들마저 하나둘씩 PC로 풀리는 등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가장 큰 장점이자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야 하는 이유까지 퇴색되고 있습니다. 49만8,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했던 플레이스테이션5 초기 모델과 달리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는 100만 원이라는 두 배가 훨씬 넘는 가격에 출시했고, 기존 모델들도 가격이 두 차례나 인상되는 등 독점 게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기의 가격만 오르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할 게임은 별로 없는데 기기 가격은 계속 역주행하고, 멀티플레이를 위해서는 꼭 가입해야 되는 구독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도 최저 43%에서 최대 54%까지 오르는 등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세대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 승자인 건 맞지만, 지금과 같은 전략을 계속 고수한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 것입니다.
## PC 진영의 확장과 독점 게임 경계 붕괴
PC 진영은 X박스가 흔들리고 있을 때 조용히 힘을 키우며 그 빈자리를 채워나간 진영입니다. PC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 사실 게임기보다는 필수 용품에 더 가깝지만, 최근에는 시장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PC의 가치와 포지션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무너진 독점 게임의 경계입니다.
이번 세대 전까지만 해도 각 진영에는 명확한 선들이 있었고 해당 진영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존재했습니다. 콘솔은 전통적으로 각 진영이 만든 독점 게임을 하기 위해서 게임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PC 진영은 콘솔 같은 대작 게임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PC 진영에서만 가능한 온라인 기반의 게임과 내 입맛대로 게임을 바꿀 수 있는 온갖 치트와 모드까지 각각의 장점들이 명확해서 서로 겹칠 부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세대부터는 독점이 더 이상 콘솔의 전유물이 아니라 PC로도 대부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PC가 콘솔의 자리까지 꿰차는 형국이 됐습니다. 쉽게 말해 진짜 신의 게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독점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낮은 성능의 콘솔로만 게임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PC에서 더 좋은 사양으로 고퀄리티의 독점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변했고, 콘솔처럼 게임 패드까지 완벽하게 지원해서 요즘에는 왜 콘솔 게임을 사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도 유일하게 빗장을 걸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를 빼면 PC에 돈을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더 힘을 실어주는 건 바로 높아진 콘솔의 가격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가 애매한 성능에 가격만 100만 원이 넘는 형태로 출시되면서 기회 비용에 변화가 생겼고,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PC로 대동단결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AI 산업입니다. 최근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PC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16GB 기본 램 하나가 20에서 30만 원인 상황에서, 더 문제는 이게 PC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콘솔 게임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출시될 차세대 게임기의 가격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놀라운 가격에 발매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 오르면서 기회 비용도 다시 변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독점 게임의 장벽이 계속 허물어진다면 앞으로는 콘솔보다는 PC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략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가장 좋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X박스 게임들을 콘솔이 아닌 PC로도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해서 굳이 콘솔을 사지 않은 유저들이 상당히 많았고, 현재 X박스 진영의 핵심인 게임 패스는 유저가 약 3,500만 명에 달하는데, 대략적인 추산이지만 중간 플랜인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달 환산하면 약 5,200억, 1년이면 약 6조 2천억 원이라서 콘솔 판매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모바일 성장과 플랫폼 통합의 미래
모바일 게임 진영은 혼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파급력이 높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저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인 게임 퀄리티부터 차이가 나고 과금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서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시장의 변화를 체감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점점 무색하게 만드는 진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은 원신이 등장한 이후부터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올라탄 수많은 게임들이 시장의 주류가 되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재작년과 작년에 출시했던 명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