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게임 (고정관념, 아빠와 게임, 브롤스타즈)

게임은 남자아이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굳혀진 생각이었는데, 친구의 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게임 실력으로 저희 아이를 가르쳐 주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오래된 편견을 붙들고 있었는지 실감했습니다.

고정관념: 여자아이는 게임 안 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꽤 단단한 고정관념(固定觀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정관념이란 특정 집단이나 대상에 대해 변하지 않는 틀에 박힌 생각을 뜻합니다.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게임 이야기를 달고 살고, 여자아이들은 아이돌 가수의 안무나 외모에 관심이 많다는 게 제가 교실에서 관찰한 '일반적인 풍경'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친구의 딸 아이를 보면서 그 생각이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그 아이는 저희 아이가 하는 게임을 전부 알고 있었고, 한 살 더 많긴 했지만 직접 먼저 게임을 경험해본 뒤 저희 아이에게 소개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보고도 처음에는 "그냥 따라 하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게임 캐릭터 선택부터 전략까지 척척 설명하는 걸 보고는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원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친구의 잔소리에 게임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자 "아이와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시 시작한 거였고요. 덕분에 그 아이는 아빠와 주말마다 방에 앉아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니까 게임을 안 좋아할 거라는 생각, 저만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 텐데 이게 얼마나 근거 없는 생각인지 새삼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빠와 게임: 함께 앉아야 보이는 것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브롤스타즈(Brawl Stars)의 인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브롤스타즈란 핀란드 게임 회사 슈퍼셀(Supercell)이 개발한 모바일 멀티플레이어 배틀 게임으로, 3인 1팀으로 구성해 상대 팀과 대결하는 방식입니다. 문구점에 가면 브롤스타즈 캐릭터 카드가 따로 팔릴 정도니, 교실 밖에서도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인기보다 제가 더 눈여겨본 건 아빠와 아이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빠가 옆에 앉아 있으니 아이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고, 어떤 전략을 쓰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리터러시(Game Literac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게임 리터러시란 게임의 언어와 규칙, 그리고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부모가 아이 곁에 앉아 함께 플레이할 때 이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에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할 경우 과몰입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게임을 무조건 막는 것보다 아이가 무엇을 플레이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부러웠던 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아빠가 아이와 게임을 함께하면서 대화의 접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사이가 가까워지는 모습이 솔직히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게임 환경을 함께 살피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가 어떤 콘텐츠에 노출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채팅 기능에는 비속어나 욕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옆에 있어야 이를 걸러줄 수 있습니다.
  2. 게임 시간 조절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혼자 방에서 하는 것과 달리, 함께 플레이하면 게임 시작과 끝을 부모가 자연스럽게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3.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함으로써 부모-자녀 관계의 유대감(rapport)이 강화됩니다. 유대감이란 서로 간에 느끼는 신뢰와 친밀함의 감정을 뜻합니다.
  4.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팀 게임에서 친구와 어떻게 협력하고 소통하는지 보면 아이의 관계 방식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롤스타즈, 그냥 게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저도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캐릭터마다 스킬 구조가 달라서 적응하는 데만도 한참 걸렸습니다. 원래 게임을 즐기는 성격이 아닌지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고, 두 번 정도 해보고 슬쩍 손을 놓았습니다. 그래서 친구 아빠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앉아 즐기는 모습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브롤스타즈 같은 모바일 배틀 게임에는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 환경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멀티플레이어란 두 명 이상이 실시간으로 같은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혼자 플레이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팀을 구성해 소통하며 게임하는 경험이 중심이 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게임 중에 전략을 이야기하고 역할을 나누는 모습은, 제가 교실에서 보는 모둠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문제는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 게임을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도 게임 이용 환경의 투명성과 보호자의 모니터링 참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아이의 게임 이용 환경을 인지하는 것이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트로피(Trophy) 시스템은 브롤스타즈 안에서 플레이어의 성과를 누적해 등급을 매기는 지표입니다. 아이들이 트로피 수를 올리기 위해 전략을 고민하고 연습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를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걸 옆에서 같이 보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 사이에는 아이를 이해하는 깊이에서 분명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와 게임 하나를 함께 앉아서 해본다는 게 거창한 일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해보니, 그 30분이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아이와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부모가, 결국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63gTlKTh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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