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게임 (유튜버, 디지털리터러시, 미디어교육)

아이가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 있길래 들여다봤더니, 뱀처럼 꿈틀대는 지렁이들이 서로 잡아먹는 게임 영상이었습니다. 솔직히 뱀을 제일 싫어하는 저로서는 화면만 봐도 소름이 돋았지만, 아이가 왜 이걸 보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게임에서 1등을 하기 위해 공략 유튜브를 찾아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냥 혼내기엔 뭔가 놓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렁이 게임, 10년 고수가 말하는 생존 전략

지렁이 게임은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구조가 정교합니다. 핵심은 점수 단계별로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5,000점 이하 구간에서는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큰 지렁이에게 달려드는 방식이 오히려 효율적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즉 위험 부담이 클수록 한 번에 얻는 점수도 크다는 원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5,000점을 넘어서면 전략이 바뀝니다. 이 시점부터는 꼬리 물기 기술을 쓸 수 있는 크기가 됩니다. 꼬리 물기란 자기 몸으로 상대 지렁이를 감싸 가두는 기술로, 상대가 내 몸에 부딪혀 죽게 만드는 고급 기술입니다. 이걸 능숙하게 쓰려면 코너링(Cornering), 즉 방향을 꺾을 때 순간적으로 부스터를 끊어서 회전 반경을 줄이는 기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부스터를 쓰면서 빠르게 달리다가 꺾는 타이밍에만 살짝 끊으면 몸이 훨씬 부드럽게 돌아가고, 주변 지렁이들도 그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해 쉽게 따돌릴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이 게임을 해온 고수가 말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시야(Vision) 관리입니다. 시야 관리란 눈앞의 알갱이 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화면 전체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말합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표현이 여기서 딱 맞습니다. 죽음의 소용돌이라고 불리는 상황, 즉 여러 지렁이가 서로 엉켜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 알갱이를 한 번에 흡수하면 점수가 폭발적으로 오릅니다. 제가 실제로 그 영상 장면을 아이랑 같이 보면서 "이거 진짜 전략 게임이네"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유튜버를 꿈꾸는 이유, 어른의 시선과 다릅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장래희망을 물으면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요즘은 거의 정해진 답이 나옵니다. 남자아이들은 게임 유튜버, 여자아이들은 아이돌입니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1위는 수년째 운동선수와 함께 유튜버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아이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직업처럼 보이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꿈의 이면을 아이들이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게임 유튜버가 첫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 1만 명을 넘기기까지 평균적으로 수년이 걸립니다. 10년 가까이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온 유튜버들의 경우, 그 기간 동안 수익은 거의 없이 시간과 장비를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좋아해서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 "재밌게 놀면서 돈 버는 어른"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방식을 바꿨습니다. 이 유튜버가 너 태어나기 전부터 10년을 꾸준히 했다고 알려줬습니다. 그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 말을 "게임을 오래 꾸준히 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순간 저도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꾸준함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가 진짜 숙제라는 것을요.

디지털 리터러시, 게임 영상 앞에서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잘 쓰는 것과는 다릅니다. 영상 속에서 어떤 부분이 편집된 것인지, 자극적인 썸네일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조회수와 실력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아이가 보는 유튜브를 그냥 차단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같이 앉아서 영상을 보다 보니, 게임 공략 영상에도 나름의 구조와 논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영상 자체가 아니라, 아이가 그 영상을 어떻게 보느냐였습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볼 때 판단 없이 그냥 흡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극적인 편집, 과장된 반응, 클릭을 유도하는 썸네일 모두 아이 눈에는 그냥 "재미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유튜브 시청 시간은 90분을 넘으며, 이 중 상당수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재생되는 영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알고리즘(Algorithm)이란 플랫폼이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다음에 볼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계속 영상을 보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아이에게 설명해 준 것이 저한테는 꽤 효과가 있었습니다. 폰이 너를 계속 잡아두려고 한다는 것을 알자, 아이도 조금씩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꿈을 꺾는 말이 아니라, 그 꿈의 실제 구조를 보여주는 교육입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되고 있지만, 실제로 유튜브 채널 운영 경험이 있는 교사는 극히 드뭅니다. 저는 그 부분이 아직도 아쉽습니다.

미디어 교육, 무조건 막는 것만이 답일까

무조건 스마트폰을 빼앗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두 입장 모두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어느 한쪽 극단으로 가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완전히 막으면 아이는 기회만 생기면 더 집착하게 되고, 완전히 풀어주면 하루 종일 화면 앞에 앉아 있게 됩니다.

저한테 가장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규칙을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아이는 규칙을 어기는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합의한 규칙이라면, 어기더라도 본인이 한 약속을 어겼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제가 아이에게 제안한 미디어 이용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숙제와 독서 시간을 먼저 마친 뒤에만 유튜브를 볼 수 있다.
  2. 유튜브는 하루 1시간, 단 혼자가 아닌 부모와 함께 보는 시간을 주 2회 이상 포함한다.
  3. 보고 싶은 영상이 생기면 왜 보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4. 학교 등굣길에는 폰을 가방에 넣고 화면을 보지 않는다.

처음 며칠은 삐걱거렸습니다. 아이가 태권도를 마치고 집에 안 들어오고 놀이터에서 폰을 보고 있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폰을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혼내기보다는, 왜 집에 안 들어오고 싶었는지 먼저 물었습니다. 아이는 집에 들어오면 폰을 빼앗기니까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규칙을 다시 조율했습니다.

미디어 교육(Media Education)이란 단순히 미디어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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