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게임 문제 (배경, 게임화교육, 자기조절)

매일 아침 저희 아이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엄마, 게임해도 돼?"입니다. 수학 문제집은 그대로 책상 위에 놓여 있는데 말이죠. 처음엔 정말 이해가 안 됐습니다. 해야 할 일을 마친 다음에 하면 되는데, 왜 순서가 항상 거꾸로인지.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집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게임에 집착하는 아이, 사실 그 시작은 저였습니다

솔직히 인정하기 불편하지만, 저희 아이가 화면에 이렇게 집착하게 된 건 제 탓이 큽니다. 저는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 밥을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아이를 봐줄 수가 없으니 티비 앞에 앉혀 두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습관이 됐다는 걸, 아이가 태블릿을 꺼내들 때마다 제 안에서 죄책감이 올라올 때 깨닫습니다.

미디어 의존(media dependenc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아이가 특정 미디어 없이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모르게 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제가 아이에게 충분히 놀아주지 못한 시간 동안, 아이는 화면을 통해 혼자 시간을 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 와서 "게임 그만해"를 반복하는 건 제 편의로 만들어 놓은 습관을 아이에게 혼자 끊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비슷한 패턴을 많이 봅니다. 제가 가르치는 공간에 저희 아이를 데려가는 날이면, 아이는 다른 수업 중인 아이들 앞에서도 태블릿부터 꺼냅니다. 제가 수업 중이라 강하게 제지하기도 어렵고, 결국 "해야 할 일 먼저 하고 하자"라는 말만 반복하게 됩니다. 그 상황이 반복될수록 규칙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규칙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되돌리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게임 자체를 완전히 막는 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래 문화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무조건 못 하게 하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피해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게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게임화교육(Gamification)이 바꿔놓은 것들

고민 끝에 저희 집에서 먼저 시작한 건 두루마불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심심풀이겠거니 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가 다른 나라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우고, 거스름돈을 계산하면서 덧셈 뺄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 문제집을 펼치면 인상부터 쓰는 아이가, 게임 판 위에서는 스스로 암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게임이 아닌 활동에 게임적 요소인 점수, 규칙, 경쟁, 보상 등을 접목해 참여 동기를 높이는 교육 방법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공부는 솔직히 일종의 노동에 가깝습니다. 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 해야 해서 하는 것이죠. 거기에 게임의 구조를 얹으면 "해야 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는 순간이 생깁니다.

저는 학원 첫 수업을 언제나 게임으로 시작합니다. 이름으로 끝말잇기를 하거나, 말을 전혀 쓰지 않고 몸으로만 표현하는 게임을 합니다. 아이들은 "예술 수업이에요"라고 하면 몸을 굳히는데, "게임 하자"고 하면 눈이 달라집니다. 그 온도 차이를 직접 보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의 힘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에서도 게임 기반 학습이 학습 동기와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저는 아이와 규칙을 정합니다.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면 통과, 못 풀면 엉덩이로 이름 쓰기. 아이가 이 규칙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본인이 같이 정한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내린 규칙이 아니라 아이의 입에서 나온 조건이어야, 나중에 지켜지지 않았을 때도 억울하다는 말을 못 합니다. 이걸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는 훨씬 강한 내적 동기가 붙는다는 심리학 이론입니다.

어떤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을 하나의 사회로 설계한 수업을 봤을 때, 저는 그게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업을 부여하고 가상 화폐를 주며, 교실이라는 작은 경제 안에서 살아가게 한 것이죠.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경제 개념을 배우고, 규칙을 어기면 다시 회의를 열어 조정했습니다. 그 모습이 제가 아이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봤던 것과 정확히 같았습니다.

게임 기반 학습이 실제로 효과를 내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1.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할 것.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은 저항을 부른다.
  2. 보상은 즉각적이고 명확할 것. "잘했어"보다 "30분 게임 시간"이 아이에게 더 현실적인 동기가 된다.
  3. 패배도 경험하게 할 것. 저는 두루마불에서 아이에게 일부러 져주지 않는다. 지는 경험이 있어야 이기는 의미도 생긴다.
  4. 규칙이 깨졌을 때 패널티도 미리 함께 정할 것. 예측 가능한 결과가 있어야 자기 조절 능력이 붙는다.

요즘 학교에서 게임 결과에 승패를 두지 않고 무승부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의 좌절을 막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저는 그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모르는 아이는 나중에 더 작은 실패에도 무너집니다. 저희 아이가 처음 두루마불에서 졌을 때 토라지고 울었지만, 지금은 지고 나서 "한 판 더"를 먼저 말합니다. 그 변화가 저는 어떤 공부보다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조절 능력이 게임 실력보다 먼저입니다

게임 시간을 하루 몇 분으로 제한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부모들이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1시간을 하고도 게임을 끄고 바로 밥을 먹는 아이가 있고, 20분을 해도 화면에서 나오지 못해 밥상에서까지 게임 생각을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핵심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게임이 끝났을 때 현실로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자기조절 능력(Self-Regulation)이란 외부 통제 없이 스스로 행동과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 시간을 늘려주면 중독처럼 보이고, 이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을 해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국제 아동발달 연구(NCBI)에서도 자기조절 능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더라도 학업 성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 대기업에 입사한 사례를 접했을 때 제가 주목한 건 그의 게임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에 집중하고, 하교 후에는 게임에 몰두하는 두 가지 모드를 스스로 전환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전환 능력이 나중에 직장에서 프로젝트 몰입으로 이어졌다고 하더군요. 결국 게임을 잘하는 사람과 게임에 빠지는 사람의 차이는 통제력이었습니다.

과몰입(over-immersion)과 중독(addiction)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과몰입은 게임에 열심히 빠져드는 상태이지만 일상이 살아있는 상태를 뜻하고, 중독은 게임 밖의 생활 자체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열심히 게임하는 아이를 모두 중독자로 보는 시선은, 아이와의 관계를 먼저 망가뜨립니다. 오히려 아이가 하는 게임을 부모가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게임인지, 어느 단계에서 아이가 흥분하는지를 알면 대화의 시작점이 생깁니다.

보상 시스템(Reward System)이란 목표 달성에 따라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해 행동을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할 일을 끝내면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때 중요한 건 그 약속을 부모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한테만 규칙을 요구하고 부모는 상황에 따라 번복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저도 반성이 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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