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샌드박스, 게임생태계, 게이미피케이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로블록스. 그런데 이게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냥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 중 하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직접 벽돌 색깔을 하나하나 골라 집을 짓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서야, 이건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샌드박스 게임, 아이가 왜 이걸 좋아하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조금 독특한 편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대신 땅을 파거나 돌을 쌓아 집 모양을 만드는 걸 좋아했고, 낯선 동네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7세에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반응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단순히 화면을 두드리는 것 같았는데, 몇 주가 지나자 혼자서 집을 짓고 사냥 루트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샌드박스(Sandbox) 게임이란, 정해진 목표나 스토리 없이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세계를 만들고 탐험할 수 있는 방식의 게임을 말합니다. 마치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알아서 놀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땅을 파고 돌을 쌓던 습관이 그대로 디지털 세계로 옮겨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좋아할 수밖에요.

그리고 몇 달 후, 아이는 로블록스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게임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니, 로블록스는 마인크래프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구조였습니다. 마인크래프트가 하나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단일 게임이라면, 로블록스는 5,000만 개가 넘는 게임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 공존하는 구조입니다. 플레이어이자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게임 생태계, 아이들이 돈을 버는 구조까지 갖춰졌습니다

로블록스 안에서 경제 활동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사실, 알고 있으셨습니까? 로블록스의 게임 내 화폐인 로벅스(Robux)는 단순한 가상 포인트가 아닙니다. 크리에이터가 게임 내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자신이 만든 게임에 다른 플레이어가 몰리면 로벅스를 획득할 수 있고, 이를 데브엑스(DevEx)라는 환전 시스템을 통해 실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데브엑스란 로블록스가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공식 환전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사례는 꽤 놀랍습니다. 9살에 친구와 함께 술래잡기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알렉스 바스키스는 고등학생이 된 2017년 '탈옥수와 경찰'이라는 게임을 출시했고, 이 게임의 누적 이용자 수는 48억 명에 달했습니다. 22살이 된 그는 매달 약 25만 달러, 한화로 2억 8천만 원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인 알렉스 펜스는 18세에 게임 '제일브레이크'를 만들어 미국 듀크대학교 4년 치 학비를 혼자 충당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한 해에만 로블록스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급한 수익 환전 금액은 총 2억 5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생태계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로블록스 스튜디오(Roblox Studio)입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란 누구나 게임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자체 게임 개발 도구입니다.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고, 루아(Lua)라는 경량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하면 더 복잡한 로직도 구현 가능합니다. 루아란 게임 개발에 자주 쓰이는 가볍고 배우기 쉬운 스크립트 언어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코딩 입문 도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블록스의 크리에이터 현황을 수치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전 세계 게임 크리에이터 수: 약 800만 명
  2. 플랫폼 내 게임 수: 5,000만 개 이상
  3. 2020년 기준 연평균 1,3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린 크리에이터: 127만 명
  4. 상위 300명의 연수익: 1억 1,400만 원 이상
  5. 2020년 로블록스 매출: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 약 1조 원 돌파

유튜브 생태계와 구조가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드셨습니까? 제 경험상 이 부분이 부모 입장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입니다. 아이가 단순히 소비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이 학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배웠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게임의 요소와 원리를 교육, 마케팅, 훈련 등 비게임 분야에 적용해 참여도와 동기를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설명을 아무리 잘해도 30분이 지나면 눈빛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을 게임 방식으로 접근하면 태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가 바로 그 원리를 이미 잘 구현해 놓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가 로블록스에서 '입양하세요' 같은 캐주얼한 게임에서 시작해 점점 FPS(1인칭 슈팅) 게임인 아스널 같은 장르로 관심이 넓어지는 걸 보면서, 솔직히 처음엔 걱정이 됐습니다. 총 쏘는 게임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쁘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그 게임 안에서 규칙을 파악하고, 졌을 때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전략을 짜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패배 경험을 주지 않기 위해 게임을 무승부로 마무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그 방식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불리하다고 봅니다. 게임 안에서라도 지는 경험을 하고, 그걸 극복해 보는 것이 실제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힘이 됩니다.

로블록스가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과 연결됩니다. 메타버스란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3차원 온라인 공간으로,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활동을 하는 세계를 뜻합니다. 미국의 16세 미만 청소년 중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해 있고, 하루 평균 플레이 시간이 2시간 26분에 달한다는 통계는 이 플랫폼이 단순한 게임 그 이상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로블록스가 자체 진행한 설문에서 10대 이용자 62%가 로블록스의 주요 활동으로 '친구와의 대화'를 꼽았다고 합니다. 게임이자 SNS, 동시에 학습 공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기반 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는 교육 연구 분야에서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도 디지털 매체와 게임을 결합한 학습 방식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단순 주입식 교육보다 자기 주도적 참여를 이끄는 방식이 학습 효과가 높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블록스를 옆에서 보면서, 게임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게임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가 로블록스에서 작은 벽돌 색깔을 하나씩 골라 건물을 짓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게 마냥 귀엽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아이가 자기만의 기준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이 옆에 앉아서 "저건 뭐야?", "여기는 왜 이 색 골랐어?" 하고 참견하면 아이가 더 신이 나서 설명해 줬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누군가 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 훨씬 즐거워한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고, 학원 일과 집안일이 쌓여 있을 때 아이에게 태블릿이나 TV를 주면서 시간을 벌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이가 미디어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완전히 못 하게 막기보다는, 수학 문제지 한 장과 한글 문제지 한 장을 먼저 풀면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PUBG 에란겔 서브제로 업데이트 출시 소식

붉은사막 골드행 발표, 3월 20일 출시 확정이 의미하는 것

테일즈런너 겨울 업데이트 신년 이벤트 발표